겨울 엔딩
『겨울 엔딩』은 5명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옴니버스식 단편집이다. 다섯 개의 작품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작품과 작품의 연결고리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효진 『찾아가세요』
주택가 모퉁이에 자리한 카페 모락모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녀, 우정. 해마다 올라가는 등록금이 부담스럽고 공부에 바빠 여행, 연애와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슬픈 이 시대의 대학생이다. 일하는 카페의 사장부부는 친절하고 동료 알바생들도 성격이 좋지만 일은 힘들고 손님은 항상 많다.
그런 그녀에게 최근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겼다. 바로 잘생긴 단골손님이 너무 건망증이 심해 매일 물건을 하나씩 두고 간다는 것. 잘 챙겨주려고 노력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정신이 없어서 늘 밤이 되어야 문자를 하나씩 보내 알려준다. 그가 두고 간 물건이 있으니 찾으러 오라고. 그리고 카페에 있는 ‘찾아가세요’ 바구니에 넣어둔 물건을 그가 올 때마다 꺼내 돌려준다.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독감에 걸려 쓰러진 사장부부가 일을 못해 그녀는 평소보다 더욱 힘든 하루를 보낸다. 오늘도 어김없이 잊어버리고 간 문제의 손님, 유정석 씨. 그가 두고 간 것은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산 것이 분명한 선물꾸러미인데…….
과연 이브날 밤, 카페 모락모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차유리 『추운 날에도 웃음이 나온다』
평범한 스물네 살의 어느 겨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이나가 타고있던 버스의 사고로 의식을 잃게 된다.
‘당신을 웃게 만드는 것들.’
왜 그게 떠올랐을까. 이나가 정신을 완전히 잃기 전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스치듯 본 광고 문구였다. 이해할 수 없게도 말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다른 세계, 다른 문명에서 살고 있었다.
한하연 『빙벽氷壁』
차가운 기후를 가진 가다흐의 책임자인 윤에게 먼 곳에서 정략혼으로 아름다운 여인인 스에스타가 온다. 다정하고 친절하며 조용하고 헌신적인, 누가 봐도 완벽하고 사랑스러운 그녀는, 잠자리에서조차 절대 벗지 않는 커다란 목걸이를 차고 있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람이 찾아오고, 그녀는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차가운 기후. 따스한 사람들. 그리고 얼음 같은 벽을 두르고 비밀을 감출 수밖에 없었던 여인의 이야기.
박소연 『누가 이 아이를 죽였나?』
말라 죽어 버린 늙은 소나무 아래에 누운 아이 위로 소리없이 눈송이가 떨어진다. 설원에 피를 흘리며 잠든 듯이 죽어있는 소녀.
“네가 참으로 밉구나. 네가, 참으로.”
가만히 안겨 왔던 온기를 이제 나 홀로 기억함이 서글퍼 이를 악물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눈을 감았다. 저 멀리 둔턱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고 있었다.
정연주 『겨울 사슴』
“언젠가 말했지. 소중한 뭔가가 생길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살아간다고.”
“…….”
“네가, 날 살아가게 해.”
세상의 구하기 위해 죽음의 땅으로 간 여자, 그곳에서 만난 신비로운 소년.
한 겨울에 생긴 추억과 아련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