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고단함!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천재 악동으로 꼽히는 조르주 페렉의 작품 『사물들』. 1960년대 프랑스의 사회상을 담은 작품으로, 스물을 갓 넘긴 실비와 제롬이 학생 신분을 떠나 사회에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무작정 떠났다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그들의 위험한 모험은 젊음밖에 가진 게 없는 자들의 무모함이다. 우리를 대신해 꿈꾸고 좌절하는 실비와 제롬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이 겪는 상대적 빈곤감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작가는 당시의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도시적 감수성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했다. 주인공들이 갈망하는 사물들에 초점을 맞춘 듯하지만, 결국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긴 담론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데뷔작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1965년 르노도 상을 받았다.
저자소개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1920년대에 프랑스로 이주한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다. 1940년 이차대전에 참전한 아버지가 전사한 후 1943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어머니가 목숨을 잃자, 고모에게 입양되었다. 소르본 대학에서 역사와 사회학을 공부하던 시절, 『라 누벨 르뷔 프랑세즈』 『파르티장』 등의 문학잡지에 기사와 비평을 기고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59년 군복무를 마친 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신경생리학 자료조사원과 파리 생탕투안 병원 문헌조사원으로 일하며 글쓰기를 병행했다. 직업상 다양한 자료와 방대한 기록을 다루어야 했던 이 경험은 그의 작품세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5년 『사물들』로 르노도 상을 받았다. 1967년 작가와 화가, 수학자 등으로 구성된 실험문학모임 울리포OuLiPo에 가입하고, 예술적 창조의 근간을 형식 제약에 두는 울리포의 실험정신을 수용해 매 작품마다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낸다. 그중 프랑스어에서 가장 자주 쓰는 모음 e만 빼고 쓴 소설 『실종』(1969)과 e만 쓴 『돌아온 사람들』(1972)은 ‘언어’와 ‘기억’에 천착한 작가의 특별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1978년 메디치 상을 수상한 『인생사용법』은 10차 직교그레코라틴제곱방진과 체스 행마법을 도입해 완성한 명실상부한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독특하고 방대한 작품으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지만, 1982년 45세의 이른 나이에 기관지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길지 않은 생애 동안 『잠자는 남자』(1967), 『어두운 상점』(1973), 『공간의 종류들』(1974), 『W 혹은 유년기의 추억』(1975), 『나는 기억한다』(1978),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1979), 『생각하기/분류하기』(1985), 『겨울 여행』(1993) 등 다양한 작품을 남기며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한 페렉은, 오늘날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실험정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