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로
인상적인 이미지나 사건, 혹은 특정 시기에 주목하여 한 인물의 삶과 그가 살았던 사회와 역사를 포착한 역사 교양 시리즈 ‘역사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두 번째 책. 『당신에게로』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마지막 문장』과 함께 『책만 보는 바보』 『시인 동주』 등으로 “사실로 문살을 반듯하게 짠 다음, 상상으로 만든 은은한 창호지를 그 위에 덧붙이는” 작업을 섬세하고도 정교하게 성취해 낸 안소영 작가가 집필했다. 『시인 동주』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이 상처(喪妻)한 다음, 새로 맞이한 부인 권씨 이야기이다.
퇴계와 지적 장애인 권씨 부인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거니와 이들 부부의 일화는 대개 퇴계의 인간적 매력과 온화한 인품을 보여 주는 예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살아생전 권씨 부인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소영 작가는 혼인한 뒤 한 번도 터놓지 못했을 부인의 마음에 깊은 연민을 느끼며, 그녀가 혼백으로나마 속말을 한다면 어떠할지 상상하여 이를 아름답고도 슬픈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 책은 또 조선 성리학을 체계화하고 발전시킨 대학자 이황의 가장 사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권씨와의 혼인을 결심한 순간부터 그녀의 실수를 감싸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 누구보다 자상하고 따듯한 남편이었다. 작가는 권씨 부인의 고백을 통해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한 고매하고도 정중한 인간 이황의 면모도 드러낸다. 그밖에 권씨 부인의 영구가 장지인 예안 온혜로 향하는 길을 아름답게 표현한 김동성 화가의 그림은 글의 분위기를 더욱 애잔하고 먹먹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