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바이러스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개월 남짓이었다. 가장 먼저 감염자가 나타난 지역이 문을 닫아걸었고, 그다음은 아예 국경을 폐쇄했다. 봉쇄라는 초유의 대응책을 펼친 곳에서는 사람들의 이동이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전례 없는 혼란 속에 혐오나 사재기 같은 사회 문제가 대두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록적인 실업률이 장기간 이어질 후유증을 예고했다. 의료 위기가 정치, 경제 위기로 확산되었다. 사람들은 지금껏 인류가 밟아온 발전의 경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뉴 노멀’이라는 말이 회자되었고, 코로나19 이후 도래할 새로운 질서에 대한 궁금증과 바람이 커져갔다.
수십 명의 석학에게 문명의 좌표를 물어온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그간 인류의 미래에 대해 전방위 비평을 해온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 어제까지와는 다를 오늘부터의 세계에 대한 갈급함을 가지고 이 일곱 명의 석학에게 질문을 던졌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인류 앞에는 어떤 선택지가 놓여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올 우선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대부분 이동 제한령을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뷰는 온라인 화상이나 전화, 혹은 몇 차례의 왕복 서한으로 이루어졌지만 코로나19라는 공통 경험이 인터뷰에 어느 때보다 짙은 현장감을 불어넣었다. 위기의 원인을 날카롭게 진단하고 임박한 질서를 대담하게 상상할 수 있는 통찰로 가득하다.
저자소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다. 1945년생으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터프츠 대학의 플레처 법과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그 후 워싱턴시의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을 설립해 현재는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세계 지도층 인사들과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과학 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히 집필 작업을 해왔다.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책은 『엔트로피』다. 기계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에너지의 낭비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한 것이 바로 '엔트로피' 개념이었다. 그 후 그는『노동의 종말』을 통해 정보화 사회가 창조한 세상에서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미아가 될 것이라 경고하는가 하면, 『소유의 종말』 통해서는 소유가 아닌 '접속'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다. 그는 경제학, 국제관계학 외에 정식으로 과학 교육을 받은 바는 없다. 이런 점에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주장을 비판하거나, 그의 이론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과 현실 비판은 여전히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리프킨의 문명비판에는 환경철학자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문명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환경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엔트로피라는 개념도 그렇다. 육식에 대한 비판이나 생명 현상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크다. 생명공학이 21세기에 가장 크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학문이 될 것이라는 그의 예측도 이런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러한 입각점 때문에 그는 반문명론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저서로『생명권 정치학』, 『바이오테크 시대』,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