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틀리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름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다름과 차이를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는지, 왜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 잘못된 것으로 여기게 되는지에 대해 문화사, 심리학, 환경, 종교 등 여러 측면에서 말하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아메리칸 인디언과 유럽의 만남, 1931년 중국인 배척 폭동 사건, 진정한 친구를 찾아 나선 여행, 한 지붕 세 종교가 있는 풍경 등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다름과 차이의 의미와 조화로운 삶에 대한 지혜를 밝히고 있다.
문명사학자인 주경철은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켜 온 서로 다른 인류 문명과 그 의미에 대해 말하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파괴가 자행되었던 문명 교류의 역사를 보여준다. 생태전문가 조홍섭은 고유종 멸종 문제와 잡종화에 의한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진단하고 자연선택이 아닌 인간선택에 의해 빚어지고 있는 역진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을 나를 제약하는 고정된 틀을 부수고 나와, 구속도 제약도 없는 자유로운 나를 찾아 경영하는 법을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의 사례로 들어 설명한다. 이밖에 옛날 잡지 속에 인간군상의 모습을 탐색하는 전봉관, 신경정신과 임상심리학자 정승아, 작가 이우일, 심리학 교수 황상민, 종교전문작가 김나미 등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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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이야기들을 통해 다양성이 파괴되고 획일화를 요구받고 있는 현실을 진단하고, 다양성과 차이가 우리에게 왜 소중한지, 그 차이를 어떻게 인정하고 발전시킬 것인지를 논의한다.
★ 본 전자책은 루시북스가 만들어 판매하는 고즈윈 도서입니다.
? 책 속으로
지난해 임진강에 놀러갔다가 어린 돌고기 두 마리를 채집했다. 길쭉한 몸 가운데 짙은 검은색 줄무늬가 선명한 앙증맞은 놈들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두툼한 입술을 가졌다 하여 이 물고기를 돼지를 닮은 ‘돛고기’라고 불렀다지만, 바닥에 돌이 깔린 곳을 좋아하니 요즘 우리가 부르는 돌고기라는 이름도 어색하지 않다. 서양에선 가운데 줄무늬에 주목해 ‘연필고기’라고 부른다. 어쨌든 집 수족관으로 이사한 이녀석들은 왕성한 식욕을 뽐내며 잘 자랐다. 하지만 이제 귀여운 맛도 사라지고 다 자라 ‘출가’를 시켜야 할 때가 왔다. 마침 금강에 갈 일이 있어 물통에 돌고기들을 넣었다. “자, 이제 자유다!” 물통을 하천 물에 담갔다. 봄철 개울물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차다. 애써 기른 물고기들을 조급하게 해방시키려다 황천길로 보낸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물통의 수온과 하천의 수온이 같아질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
답답한 물통에서 벗어나 개울을 마음껏 헤엄칠 녀석들을 떠올려 봤다. 이곳에 사는 다른 돌고기들이 반갑게 맞아 줄까? 그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의문이 떠올랐다. 임진강 돌고기와 금강 돌고기는 같은 종인가? 적어도 도감엔 같다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두 돌고기는 유전적으로 동일한가? 그건 아닐 것이다. 금강의 돌고기와 임진강의 돌고기가 서로 만나 새끼를 낳을 가능성은 없다. 두 강의 하구는 바다로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날 돌고기는 자유를 맛보지 못했다. 1만 년 이상 격리돼 별도의 진화 과정을 겪고 있는 두 돌고기 집단의 자연사에 감히 개입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_두 번째 이야기 중에서
장례식 당일 아침 먼저 도착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시작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염불이 무르익을 즈음, 큰오빠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과 장로, 집사, 권사 몇 분이 들어왔다. 조용히 한쪽 구석에 앉은 목사님은 눈을 감고 기도를 하셨다. 염불이 끝나자 목사님과 스님은 두 손까지 맞잡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두 분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 온 사이처럼 깊은 존경과 사랑으로 서로를 반겼다.
스님이 먼저 자리를 뜨며 “자, 이제 목사님 차례가 왔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자 목사님은 “스님께도 우리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하며 합장을 해 보였다. 스님은 문까지 배웅하는 목사님에게 “목사님께서 우리 아버님 꼭 천당가게 해 주셔야 합니다, 아멘” 하고 답례를 주었다. 순간 무거운 분위기의 장례식장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두 오빠는 잠시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그때부터는 교회와 절에서 온 조문객들을 맞는 데 너와 내가 따로 없었다. 장례식을 두고 잠시 일어난 형제간 불협화음이 목사님과 스님의 만남으로 말끔히 녹아 없어진 것이다. _세 번째 이야기 중에서
저자소개
주경철
근대 세계의 형성 과정에 관심을 두고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테이레시아스의 역사』,『문화로 읽는 세계사』,『신데렐라 천년의 여행』등의 책을 썼고, 페르낭 브로델의『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찰스 P. 킨들버거의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등을 번역했다.
조홍섭
환경운동과 자연사, 전통생태학에 관심이 많으며, 자연히 생태 탐사와 사진 촬영에 취미를 붙이게 됐다. 언젠가 인간과 자연에 관한 통찰을 동물의 눈으로 풀어 놓은 소설을 써 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에서 환경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프랑켄슈타인인가 멋진 신세계인가』,『인간과 환경』등이 있으며,『현대 과학기술과 인간해방』을 편역했다. 환경유공국민포장, 환경운동연합 녹색언론인상,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환경언론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구본형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제에 갇히지 않고 오늘다운 생각과 행동을 시도하고 모색할 수 있도록 조직과 개인을 돕는 일을 즐겨 한다. 7년 동안 10권의 저서를 통해 인문학과 경영학의 다양한 접점을 모색한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100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한국과 세계’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어울림의 방식을 다루어 보려 하고 있다. 저서로『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 곳에서의 아침』,『월드클래스를 향하여』,『떠남과 만남』,『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사자같이 젊은 놈들』,『내가 직업이다』,『일상의 황홀』,『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코리아니티』등이 있다.
전봉관
사변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인문학을 넘어 사람 냄새 나는 인문학을 찾기 위해 문화 현상과 사건, 인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인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다양한 문화 현상을 연구하고 있으며, 전공인 문학뿐만 아니라 살인 사건, 스캔들, 투기, 가정 문제 등을 문화사적으로 조망한 글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30년대 한국 의 금광 열풍을 다룬 『황금광 시대』, 근대 조선의 살인사건과 스캔들을 통해 식민의 아픔과 근대의 혼돈을 그려낸 『경성기담』, 『럭키경성』등을 펴냈다.
정승아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들이 어떻게 거대한 마음의 문제들과 고통으로 이어지는지 관찰하는 데 관심이 많다. 현재 한양대학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임상심리학자로 일하고 있다.
이우일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잠깐 하고 프리랜서로 독립해 지금까지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쓴 글과 그린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 있는 책으로는 『노빈손 시리즈』,『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 2』,『김영하 이우일의 영화 이야기』,『호메로스가 간다 1』,『도날드 닭』등이 있다.
황상민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심리학과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하버드대 사이언스센터와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했으며 현재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사이버 공간에 또다른 내가 있다』,『대한민국 사이버 신인류』,『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등이 있다.
김나미
20여 년간 구도하는 마음으로 전국과 세계 각지를 다니며 종교의 벽을 넘어 수도자, 성직자, 명상가, 종교인, 성자, 은자, 도인들을 만났고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글을 써 왔다. 성직에 있다 옷 벗은 사람들을 만나『환속』을 쓰고, 특별한 성자들과의 만남을 담은『파란 눈의 성자들』을 펴냈다. 다양한 종교현장과 공동체를 소개한『이름이 다른 그들의 신을 만나다』, 전국의 영적 안식처를 소개한『하늘 아래 아늑한 곳』, 오랫동안 인도를 다닌 결과물로『갠지즈 강가에서』를 내놓았다. 만학도로서 동국대 불교대학원, 연세대 국제학대학원과 철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스탠포드 대학 종교학과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종교학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목차
여는 시 : 반대의 의미?잘랄 앗 딘 알루미
* 첫 번째 이야기 - 주경철
사라진 문명의 그림자
각각의 문명은 그들만의 셰익스피어를 가지고 있다
* 두 번째 이야기 - 조홍섭
왜 다윈핀치는 서로 비슷해지고 있나
진화의 방향을 거꾸로 돌리는 사람들
* 세 번째 이야기 - 구본형
자신의 꽃을 피워라, 그리고 다른 꽃들과 함께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라
다름, 그 위대한 위안에 대하여
* 네 번째 이야기 - 전봉관
완바오산 사건 직후 조선에선
조선?중국?일본이 얽힌 중국인 배척 폭동의 교훈
* 다섯 번째 이야기 - 정승아
다름과의 화해
태초에 행위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행위들만이 있다
* 여섯 번째 이야기 - 이우일
친구
나와 닮은, 나와 다른
* 일곱 번째 이야기 - 황상민
한국인 마음속의 다름과 차이의 심리
행복한 성공을 위한 차이의 인정
* 여덟 번째 이야기 - 김나미
한 지붕 세 종교가 있는 풍경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한 분이신 그분
- 맺는 글 : 자립?랄프 왈도 에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