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가운데 여성 캐릭터 묘사에 특출했던 에우리피데스는 여성 인물을 내세운 작품을 유독 많이 남겼다. 오이디푸스 가문과 테베에 내려진 저주를 다룬 『포이니케 여인들』에서 돋보이는 인물은 이오카스테다. 같은 주제의 다른 비극에선 언급만 되거나 역할이 미미했던 이오카스테가 여기선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무엇보다 테베의 왕비로서 드라마 전면에 나선다. 에우리피데스는 이오카스테라는 인물에 숨결을 불어넣고, 남편을 잃고, 아들과 혼인하고, 두 아들의 싸움으로 테베가 고통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그녀의 슬픔, 고통, 절망을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소개
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 484∼BC 406)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 소포클레스(Sophocles)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기원전 534년에 그리스에서 최초로 비극이 상연된 후, 기원전 5세기에 이르러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통해 그리스 연극은 전성기를 맞는다. 기원전 3세기까지의 그리스 고대극의 전통은 로마를 거쳐 유럽 전체에 퍼지며 서구 연극의 원류가 되었다. 에우리피데스는 이 과정에서 서구 연극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극작가다. 그리스의 아테나이에서 므네사르코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그리 없다. 다만 부유한 지주 계급 출신이라는 점과 좋은 가문에서 상당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점 정도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에우리피데스는 기원전 455년에 데뷔한 이후 92편에 이르는 작품을 집필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18편뿐이다.
소포클레스가 비극 작품을 통해 그리스의 전통적 가치관을 재현했다면, 에우리피데스는 전통적 가치에 의문을 표하고 비판을 가하면서 진보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극적 수법을 통해 그리스 비극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는데, 인물 묘사의 사실성과 사실적인 재현에 그 어느 작가보다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사랑을 둘러싼 인간의 정념과 여성 심리 묘사에 뛰어난 극작가다.
또한 에우리피데스는 인간 욕망과 폭력성, 사랑과 증오, 인종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간의 정념과 억제할 수 없는 폭력에 내재한 비극성을 심도 있게 그려 냈다. 그리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를 “가장 비극적인 작가”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