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미즈 이야기
# 천 년 전 일본의 아이들과 여자들을 사로잡은 동물과 인간의 순애보
# 일본 중세 최고의 로맨스 판타지라 불러도 좋을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환상 설화
「다마미즈 이야기」는 ‘오토기조시’라 불리는 일본의 설화다. 오토기조시는 무로마치 시대부터 에도 시대 초반에 걸쳐 유행한 장르로, 아이와 여성과 노인을 위해 쓴 문화설화다.
귀족의 아씨에게 첫눈에 반한 여우가 사람으로 변한 뒤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는 이야기는 이물교구설화에 속한다. 다만 여우가 남자가 아닌 여자가 되어 연인 관계가 아닌 주종 관계를 이룬다는 점이 다른 특징이다.
「다마미즈 이야기」에는 창작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문 밖 출입이 쉽지 않을 만큼 행동에 제한적이던 여자들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런 여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독특한 놀이 ‘모미지아와세(단풍 견주기)’도 소개된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잘 담아낸 여러 시가는 「다마미즈 이야기」의 백미다. 은유적인 단어로 엮은 유려한 문장은 품격마저 느껴진다. 시가들에서 이 설화의 문학적 가치가 나온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각에서는 다마미즈와 아씨의 묘한 관계를 근거로 GL(걸스 러브) 장르의 시초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넓은 의미에서 로맨스 판타지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사람과 여우의 환상적인 순애보, 그것이 바로 「다마미즈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