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빌의 유령
가족과 함께 영국에 온 미국인 오티스 씨는 유령이 출몰하는 캔터빌 저택을 사들인다. 영국인들은 캔터빌 저택을 돌아다니는 유령을 보고 혼절하거나 도망가기 바빴다. 하지만 오티스 씨 가족은 유령에게 꿈쩍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유령을 불쌍히 여기거나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캔터빌 유령은 오티스 가족에게 복수하려 애를 쓰지만, 번번이 헛수고에 그치고 만다. 게다가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이제는 자신이 공포에 떠는 불쌍한 신세가 되고 만다. 우울해하던 유령은 어느 날 불행한 운명을 바꿔줄 누군가를 만나는데….
아일랜드 출신인 오스카 와일드는 1882년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문학 강연을 펼치는 동안 보고 들은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캔터빌의 유령>을 완성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말기인 1887년 출판된 이 책은 작가의 풍자와 유머, 비유가 돋보인다.
캔터빌의 유령은 흔히 알려진 유령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넘어지면 인간처럼 아픔을 느끼고 인간의 짓궂은 장난 때문에 앓아눕기도 한다. 하는 짓도 엉뚱하다. 몇 시간씩 공을 들여 자신이 창조한 유령 인물로 완벽하게 분장하고 나타나야 직성이 풀린다. 진짜 유령과 가짜 유령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순진한 면도 있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유령인 것이다. 그는 생전의 죄를 진정 참회하지 못했으므로 사후에도 나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한다. 비록 사악한 유령이었지만 그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캔터빌의 유령>은 1944년과 1996년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TV 영화로도 여러 차례 제작되었다. 2021년 영미 합작 TV 시리즈가 제작되어 방송되었으며 스티븐 프라이, 휴 로리, 미란다 하트 등 유명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