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내 친구
나는 지금 쉰한 번째 시집 『詩는 내 친구』를 실토하고 있다.
나는 자랑스럽고 변할 줄 모르는 친구인 너와 노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내가 너를 불러 대접할 때도 있고 네가 시도 때도 없이 바짝 다가와 놀기를 청할 때도 왕왕 있다.
너와 만나면 서로 시사토론이나 종교 이야기는 감추고 文學 이야기 詩 이야기.
어떻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인지 비평도 하다가 풍자도 하다가 서사시도 엮다가 시조시도 가끔씩 양념으로 읊기도 하고 교훈 詩, 은유 詩, 기행 詩들을 기승전결의 틀에 끼어 관용어를 배제하며 연 가르기도 빼놓지 않는다.
하루만 못 봐도 네가 뭘 하는지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네가 있어서 가슴 아픈 통증도 지루한 고독도 달래고 호소며 퍼 붇고 원망하며 헐뜯고 악평도하다가도 이해하고 감싸고 다독이며 일상을 보낸다.
친한 네가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너를 사귀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후회하고 적적했을까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너 덕택으로 무료하게 지낼 시간들 하릴없이 골목길에서 가로수 밑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자동차나 헤고, 시장 오고가는 동네 부인들 뒤나 쳐다보며 장승 노릇이나 할 텐데 촌음도 아끼며 너와 동행함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너는 내 친구.
너 덕분에 내가 크고 너로 인해 익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너는 감사한 내 친구다.
고마운 친구 너는 내 곁을 나는 너의 후광을 영원히 포옹하고 놓을 수 없는 불후의 죽마고우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