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길
시를 밤에 읽으면 밤이 마치 해일이 된 것처럼 밀려온다. 희망찬 새벽녘에 시를 읽노라면 잔물결에 햇빛 부서지듯 눈이 환하다. 수천 개의 달이 뜨고 져서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수천 개의 은빛 반짝임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수천 개 달의 수만큼 이 시는 계속 다르게 태어날 것이다. 사람 안에는 저마다의 작은 우주가 존재한다. 작은 우주의 존재를 가장 열렬하게 믿는 자들이 바로 시인이다. 이 아름다운 시를 읽는 동안 당신은 시인의 믿음을 경험할지도 모르겠다. 수천 개의 달이 뜨고 수천 마리 물고기가 반짝이는 바다가 바로 내 안에 있다고 말이다.
작품을 쓸 때 처음에는 연필로 쓰고 두 번째는 지우개로 쓴다고 말이 있습니다. 안곡문학연구회들의 각고 속에서 잉태한 민조시집을 묶어 영광스럽게도 한 편의 책으로 엮어 봤습니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