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
고립감과 두려움에서 해방되기 위해재난 시대의 고전을 읽다요양원에 고립된 이들을 돌보던 고전학자가 길어낸사회적 재난을 넘어설 용기와 희망의 이야기“『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는 전염병을 다룬 문학 장르에 대한 헌사이자,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전하는 슬픔의 노래면서 질병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기쁨의 노래다.” - 『랜싯Lancet』(의학전문저널)코로나19가 퍼져나간 지 어느새 수년이 지났다.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확진자는 발생하고, 코로나로 숨진 수많은 목숨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바이러스가 누그러졌다고 생각할 때 연이어 발생한 참사는 지금이 바로 ‘사회적 재난의 시대’임을 실감케 한다. 팬데믹, 전쟁, 홍수, 다중인파 안전사고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재난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이유는, 이와 같은 재난의 예방과 대응이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몫이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 사회적 재난 시대의 고전 읽기』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20년 초, 요양원에 고립된 이들을 위해 봉사에 나선 한 고전학자의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자레츠키는 거대한 규모의 재난 때문에 감금되다시피 한 사람들의 고립감과 두려움을 실감했고, 사람들이 계속 목숨을 잃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다. 정부 당국이 부주의할 때마다 희생되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저자는 『페스트』의 한 구절을 빌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병균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건강, 진실성, 순수 같은 것은 인간이 의지를 갖고 잠시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16쪽)라고.저자는 팬데믹이 안긴 불안과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 재난의 시대에 쓰인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미셸 드 몽테뉴의 『수상록』, 대니얼 디포의 『전염병 연대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전염병과 전쟁이 온 세상을 휩쓸던 시대에 태어났다. 재난 시대의 고전이 들려준 이야기는 한결같다. 재난은 인간에게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알려주며, 부조리 앞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바로 ‘주의력’이라고. 우리는 고전을 읽음으로써 타인의 삶이 품은 맥락에 주의를 기울이고, 재난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을 보다 섬세하게 헤아릴 수 있다고. 우리가 나와 타인의 삶에 어떻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는 재난이 우리 사회를 끊임없이 뒤흔드는 지금 꼭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