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못 해도 괜찮아
길을 잃고 헤맬 때가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딜 때, 직장이라는 낯설고 복잡한 세계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몰랐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지만, 그 기대는 점차 실망으로 변해갔고, 결국 나락의 끝처럼 느껴지는 절망감에 다시 길을 헤맸다.
조직이 요구하는 관점의 변화는 나로부터 사람들을 멀리 떨어뜨렸고, 개인의 다름이 용인될 수 없던 그 시절에 직장이란 최고의 도전 과제였다. 점차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하는 징후를 느낄 때, 직장이라는 공동체에서 적응해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러한 의심이 점점 사실이 되어 갈수록 절망감에 한숨 쉰 날도 많았다. 어쩌면 나는 양지바른 대지를 찾지 못해 바위틈에 뿌리내린 야생화 같았다. 생존의 가능성은 희박하고,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워 보이는 바위구절초처럼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했다.
스스로를 잃고 혼란에 빠졌던 시기를 지나, 나는 남들과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나의 방식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길을 개척해 나갔다. 조직에서의 인간관계는 여전히 도전적이고 힘든 부분이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갔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나를 낮추며, 때로는 침묵 속에서도 관계의 끈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적응이라는 구조적인 틀 밖에서도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바위틈에서도 꽃은 자라나는 과정에 관한 기록이다. 누구도 돌보지 않고, 햇빛과 물도 부족한 그 자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성공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간 이야기도, 대단한 업적을 이룬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직장 생활을 마주했고, 어떻게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뿌리를 내려간 과정을 나누고자 한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 이들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 나는 나의 이야기 속에서, 직장이라는 돌밭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뒤돌아보니, 길을 잃었기 때문에 비로소 보았던 풍경들이 있었다. 그 풍경 속에는 소외감과 외로움, 그러나 동시에 나만의 꽃을 피워내는 과정에서 얻은 자부심도 담겨 있다.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나만의 고유한 빛을 찾아냈다. 이 책이, 앞으로 세상의 수많은 ‘꽃들’이 자라날 수 있는 작은 용기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