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시대 가장 뜨거운 철학자, 강신주
그는 노자의 길을 갈 것인가, 장자의 길을 갈 것인가?
이 책은 새롭게 집필된 게 아닙니다. 10년 전의 초기 저작 두 권, 그러니까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과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이라는 책을 한 권으로 묶은 거니까요. 이렇게 묶은 이유는 그만큼 이 두 권의 책이 제게는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강물이 하나의 작은 연못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지금까지 썼던 서른 권 정도의 책은 바로 이 두 권의 책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의아스런 생각도 드실 겁니다. 기원이라면 보통 하나인데, 지금 저는 제 사유의 기원으로 장자와 노자 두 사람을 들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에서 생택쥐페리(Saint Exupery)는 말합니다.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는 생택쥐베리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것이 어려울 때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같은 방향을 보게 될 때, 사랑은 이미 변질된 것 아닐까요. 동일한 신을 믿는 교우 관계, 아이만을 보는 것으로 지속되는 부부 관계, 혹은 대의를 지키려는 동지의 관계로 말이지요. 이 부분이 장자와 노자의 사유를 이해할 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생택쥐페리의 입장을 부정하는 것이 장자이고, 그 입장을 긍정하는 것이 바로 노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장자가 사랑이 서로 마주보는 관계라고 역설한다면, 이와 달리 노자는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사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서로 마주보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함께 같은 방향으로 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같은 이유로 장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노자 이해가, 반대로 노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장자 이해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이제 납득이 되시나요. 제게 장자는 반복하고 싶은 선생님이었다면, 노자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반면교사였던 겁니다. 마주보아야 할 타자를 강조했던 장자, 그리고 공통 원리로서 국가를 강조했던 노자! 이 두 사상가는 제 내면에서 전쟁을 벌였고 그만큼 저의 사유는 역동적으로 변했고 다채로워졌습니다. 당연히 저의 사유도 더 깊어질 수 있었고요. 10년이 지난 지금 노자와 장자를 다룬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묶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목차
머리말 4
프롤로그 11
I. 노자의 철학-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
1장. 노자에 대한 해묵은 오해
1. 《노자》와 우리 20
2. 《노자》라는 코끼리를 더듬었던 장님들 29
3. 정말 노자가 고민했던 것 39
2장. 노자와 장자, 그 건널 수 없는 차이
1. 장자, 노자를 조롱하다! 51
2. 누가 ‘도가’를 발명했는가? 62
3. 먼저 만들어진 길과 애써 만들어야 할 길 71
3장. 내성이란 관조적 방법
1. 내면에 파고들어 진리를 찾으며 83
2. 내성을 통해 발견한 것, 아니 발견할 수밖에 없는 것 92
3. 결과에 입각한 인식과 발생에 입각한 인식 101
4장. 국가의 생명유지 메커니즘
1. 아직도 안개에 싸여 있는 국가라는 괴물 113
2. 수탈과 재분배, 혹은 국가의 박동소리 122
3. 뇌물의 논리와 선물의 논리 131
5장. 파시즘에서 제국주의로 가는 길
1. 작은 제국주의, 파시즘 143
2. 확대된 파시즘, 제국주의 152
3. 정치의 위기와 위기의 정치 162
6장. 도(?, 혹은 비밀스런 정치경제학
1. 등가교환 이면에 숨어 있는 비밀 173
2. 국가 논리와 자본 논리의 구조적 유사성 182
3. 매체로서의 인간과 주체로서의 인간 191
7장. 노자가 사물에서 찾아낸 두 가지
1. 무언가와 관계하도록 저주받은 사물들 201
2. 모든 사물에 존재하는 두 가지 요소 209
3. 관계의 내재성과 관계의 외재성 219
8장. 동양의 형이상학이 신비스럽게 보이는 이유
1. 대립하기에 서로 의존할 수 있다는 논리 231
2. 모든 것에 숨어 있는 야누스적 얼굴 240
3. 실재론과 유명론, 그리고 정치 248
9장. 수양과 삶, 어느 것이 먼저일까
1. 수양론이 감추고 있는 비밀 259
2. 자본가의 도플갱어, 노자의 통치자 268
3. 수양과 삶, 영원의 세계와 삶의 세계 276
10장. 노자를 떠나며
1. 국가와 통치자를 위한 노자의 철학 284
2. 수직적 철학에서 수평적 철학으로 292
3. 더 읽을 것들 300
Ⅱ. 장자의 철학-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1장. 장자, 타자와의 소통을 꿈꾸었던 철학자
1. 다시 《장자》를 펼쳐야만 하는 이유 308
2. 뒤죽박죽 만들어진 《장자》라는 책의 운명 320
3. 두 명의 장자와 조릉에서의 깨달음 328
2장. 한계가 없는 앎과 한계가 있는 삶
1. 전지전능에 대한 유쾌한 조롱 343
2. 상상된 나, 혹은 꿈꾸고 있는 나 352
3. 너무나 힘든 공동체에서의 삶 358
3장.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1. 성심, 혹은 선입견의 중요성 369
2. 성심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375
3. 사랑하는 타자를 파괴하지 않으려면 381
4장. 언어의 세계와 삶의 세계
1.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 391
2. 길, 혹은 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400
3. 언어가 삶을 왜곡하게 될 때 408
5장. 차이의 논리와 그 너머
1. 동양의 논리를 찾아서 426
2. 동일성을 넘어, 그리고 차이마저 넘어 435
3. 일체의 논리를 넘어 삶의 세계로 446
6장. 꿈과 깨어남이란 비유
1. 공자, 혹은 동양철학 가능성의 중심 460
2. 꿈, 혹은 타자 부재의 사유 467
3. 깨어남, 혹은 타자를 품은 마음 상태 474
7장. 삶의 세계에 발을 디딘 단독자
1.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무의식적 본능 486
2. 단독자의 눈에 비친 세계 493
3. 언젠가 부숴버려야 할 거울 비유 501
8장. 삶이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수양
1. 고독한 독백에서 대화의 세계로 512
2. 사유 중심적인 판단과 존재 중심적인 판단 520
3. 수양, 혹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필요조건 528
9장. 타자, 혹은 내면으로 환원할 수 없는 바깥
1. 풍경으로서의 대상과 조우할 수밖에 없는 타자 540
2. 《장자》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인들 548
3. 끝내 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는 타자 555
10장. 날개 없이 나는 방법
1. 수양의 가능성과 한계 566
2. 목숨을 건 비약을 위하여 573
3. 무매개적 소통의 철학적 함축 580
11장. 의미로부터의 자유와 의미부여의 자유
1. 역사의 가능성, 혹은 의미의 변화 590
2. 새로운 의미부여의 힘, 자유 597
3. 조건적 자유,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 606
12장. 장자를 떠나며
1. 아주 오래된 미래, 장자의 사유 614
2. 장자가 남긴 숙제 622
3. 더 읽을 것들 630
에필로그 634
찾아보기 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