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친구일 뿐이야
“밥 줘!”
현관문을 열자마자 귓등을 때리는 소리에 수정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여기가 밥집이냐? 왜 만날 여기 와서 밥 타령이야?”
이미 집으로 들어온 지형의 뒷모습에 대고 외쳤다.
“내가 네 마누라냐?”
그 말에 지형이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왜, 마누라 하고 싶어?”
“아니! 천만에!”
지형의 능청스러운 질문에 반사적으로 대답하고는 터덜터덜 실내용 슬리퍼를 끌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자 밥통 뚜껑을 열어보는 지형의 모습이 보인다.
“밥은 있네.”
지형이 자신의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식탁 앞에 앉았다. 수정의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반찬만 하면 되겠다.”
장난기 가득한 지형의 목소리에 수정은 할 말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