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맨숀
상처를 품은 청년과 인생의 무게를 견뎌온 할머니의 묵은지처럼 익어가는, 찐하고 짠한 인생 힐링기절망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맞닥뜨린 인연! 원망도 슬픔도 모두 보듬고 가족처럼 살아가는 이웃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옐로나이프의 밤하늘이 빚어내는 오로라 빛줄기처럼, 때때로 힘겨운 삶에 지쳐 방황하는 우리의 영혼을 위로하며 포근하게 감싸 안아준다.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김치 맛은 내 맘대로 할 수가 있더라고.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라도 있는 게 좋아서, 그 재미에 김치를 자주 담그기 시작한 거야.”막다른 골목 끝, 허물어지기 직전의 ‘오로라맨숀’에서 펼쳐지는외로운 인생들의 웃프고도 가슴 뭉클한 김치 장사 도전기! 6개월 치 월급을 못 받은 자립준비청년 혜성. 밀린 월급을 받기로 한 날, 사장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제 누구에게 밀린 월급을 받아야 하지? 동생과 함께 지낼 투룸을 구해야 하는 혜성은 유족에게 밀린 월급을 받아내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데…. 영정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사장의 노모인 복자 혼자뿐. 복자에게 밀린 월급 천만 원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던 혜성은 조문객들에게 쫓겨나고 만다. 그사이 보육원에서 가출한 동생의 비행은 나날이 심해지고, 혜성은 동생을 데려와 함께 지낼 집을 마련하기 위해 기어이 밀린 월급을 받아내겠다며 복자가 살고 있는 오로라맨숀으로 향한다. 한편 치매에 걸린 남편의 병문안을 가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던 복자가 저혈당 쇼크로 쓰러진다. 도와줄 가족 하나 없고, 찾아올 이웃 하나 없는 집에서 쓸쓸히 의식을 잃어가던 복자는 한 번도 믿어본 적 없는 신께 기도한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내게 사람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그를 내 가족처럼 아끼며 살겠습니다.’ 순간, 벨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일까? 빚쟁이가 아니면 찾아올 사람조차 없는 외로운 복자의 삶에 하루 살아내기도 버거워 꿈조차 꿀 수 없는 메마른 삶에 선물처럼 날아든 혜성. 두 사람의 삶은 이제 그야말로 스펙타클, 멈췄던 심장이 다시금 뛰며 일상이 새로워진다. “너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 이 말이야.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았다 생각하면 제일 먼저 미워지는 게 나 자신이잖아. 내가 모자라서 버림을 받았나? 내가 박복해서 버림을 받았나? 나는 사랑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인가? 특별히 자각을 못 하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있어.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그런 생각이 차곡차곡 마음에 쌓이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이 싫어지는 거야. 혜성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나도 그랬거든. 내가 맞을 만한 여자인가 보다… 내 팔자가 흉흉한가 보다…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나 보다… 내 인생이 이따위인 건 다 내 잘못이다…” (p. 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