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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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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땅

저자
송원희 저
출판사
타임비
출판일
2015-09-14
등록일
2016-03-0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PC PHONE TABLET 웹뷰어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현황
  • 보유 2
  • 대출 0
  • 예약 0

책소개

30년쯤 되는 것 같다. 나는 친구네에 갔다가 그녀와 같이 나오는 길에 한 중년여인을 만났다. 친구와 그녀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스쳤다.
“무척 우수에 잠긴 얼굴이다."
나의 말에 친구는
“전쟁 때 아이를 잃어 버렸대."
그래서 여지껏 눈만 뜨면 아이들을 찾으러 다닌다고 했다.
“전쟁이 끝난 지 몇 년인데."
“글쎄 말이야. 그래서 약간 머리도 돈 것 같은 점도 있어.”
하며 친구는 그 중년여인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불확실한 이야기지만 당시 흔히 있는 사정이었다.
그 후 친구도, 나도 결혼을 했고 아이엄마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젠가 아이를 잃어버린 우수어린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친구에게 그 때 그 여인이 아이들을 찾았느냐고 물어 보았다. 친구의 말로는 그 후 그 아주머니는 어디론가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우리 동네 시장입구 한 구석에 겨울이면 군고구마를 파는 장사가 생겼다. 군고구마를 파는 여인이 내 시선을 끌게 된 점은, 그녀가 언제나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가까이 가서야 시선을 돌렸다. 유심히 보니 군고구마를 싸 주는 봉지의 인쇄된 글을 읽고 있었고 때로는 성경책도 읽고 있었다. 태도가 다소곳하며 별로 말이 많지 않은 그 중년여인은 어딘지 교양미까지 느끼게 했다. 나는 웬지 이 고구마 장사와, 아이를 잃어 버려 정신 이상까지 일으킨 여인이 동일하게 생각되었고, 그들의 남편도 정시행 같은 인물일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 후 군고구마 장사도 어디론가 가 버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 도 모른다고 했다.
그 때부터다. 내 가슴 속에 그들이 내재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행방을 찾고 싶었다. 나는 아무 시장에서나 그녀들을 찾았고, 거리에서나 먼 여행길에서도 그녀들을 찾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때로는 동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서도 그녀를 찾으려 했다. 한편 그녀들은 내재한 내 가슴 속에 서 나날이 뿌리 깊어 갔다. 그리고 조금씩 성장해 갔다.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나는 얼마만큼 그들을 찾았을까. 그들의 참모습이 어떤 이었을까. 퍽 오래 전에 우연히 발을 들여 놓았던 이태원 보광동의 빈촌들, 지금은 아마 그 흔적도 없을 것이다. 7년 전 무턱대고 한 번도 가 본 일 없는 의정부 동두천을 다섯 번이나 찾아갔던 일들이 작품의 주인공들과 나를 무척 친숙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신문사 조사실, 국회 도서실에 가 보기도 했지만, 6.25 직후의 자료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나를 불 밝혀 준 것은 칼 융의 “원형적인 심상을 통해 말하려는 작가는,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것으로부터 영원히 존재하는 영역으로 이끌어 올리며, 작가는 개인의 운명을 인간 전체의 운명으로 바꾸어서 인간을 일시적인 존재의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이다. 이 말에 접했을 때 나는 얼마나 전율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외람되나마 이 졸작이 얼마만큼 그의 말에 접근해 갔는지 의심스러워지면서 부끄럽게만 여겨진다.
30년 동안 잉태해 온 사람들이 길고 긴 터널을 통해 살아 남았으며, 주인공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또한 작가인 나도 그들과 같이 고통하며 성장을 보았다면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다음 작품은 경희의 행방을 찾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앞서의 작품〈大地의 꿈}의 주인공들의 후예들이며 별개의 이야기지만 2부에 속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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