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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린스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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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린스의 신비

저자
조주희 저
출판사
타임비
출판일
2015-09-14
등록일
2016-03-0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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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 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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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약 0

책소개

라비린스(labyrinth)란 원형판 위에 다선형으로 이리저리 구비구비 돌아 나가도록 보행 코스를 그려놓은 것이다. 그의 코스를 따라서 걸어보면 시작할 적엔 잘 될 것 같아도 실지로는 그리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도 된다. 자칫 미궁에 빠지게 된다는 의미에서 ‘미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대성당의 바닥에 이런 라비린스가 더러 새겨져 있다. 라비린스가 성전에 들어앉아 있는 이유는 단지 그려놓은 나선형의 길을 따라서 그냥 들어가 보고 나와보고 하는 놀이를 하자는 것이 아닌,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하늘나라로 나아가는 길도 아마 라비린스와 같이 까다롭고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성전에 박혀 있는 라비린스가 하늘나라로 가는 길만을 가리키고 있을까.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의 삶이 라비린스와 같다는 것도 놓치지 않고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실지로 라비린스 위에서 걷다 보면 안으로 들어갈 때엔 별 어려움 없이 걸어 들어가게 되지만 깊이 들어선 후에 뒤돌아 나올라치면 그리 평탄치가 못하다는 것을 나는 독일의 숲 속에 돌멩이들로 만들어 놓은 라비린스 위에서 체험한 적이 있다. 그 날 돌아 나오는 길 위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오랜 시간 헤매면서 그 순간에 발 밑에 밟고 있는 돌멩이의 길이 인생의 길과도 흡사하다는 것을 절절하게 생각했다.
나와 함께 여행을 즐기는 적지 않은 일행들은 모두가 이미 포기를 하고 그저 뛰어넘어 걸어서 바깥으로 나갔다. 그 중 누군가는 여기 돌 하나 누가 슬쩍 치워버렸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나는 끝까지 묵묵히 돌고 돌면서 걸어 보았다. 바깥으로 표출되는 행동은 묵묵한 상태였지만 내면에서는 커다란 파도와 같이 사색의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다. 라비린스의 구비구비 길이 마치 인생의 미로와 같이 와 닿았기에 결단과 순응이라는 삶의 주제를 놓고 나는 자신과 일대 치열한 투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어코 내 발로 밟아서 출구를 찾아 나가보겠다는 나의 결정은 결코 기회가 와서 이끌어주는 경지로 되어가지 않았다. 그 라비린스 위에서 나는 또 한번의 좌절과 절망을 엿보면서 또 다시 순응과 기다림의 덕을 익힐 수 있었다. 삶을 지고 앞으로만 나아가듯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꼭꼭 밟으며 돌았다. 내가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기보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주어진 길을 그저 따라서 떠밀리며 앞으로 전진하는 것, 이 것이 삶을 지고 가는 참다운 자세가 아닐까 여기며 빗줄기 속에서 라비린스 돌길을 걷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구로 향하는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삶의 신비는 이렇게 고요히, 매일 우리들 곁에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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