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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 땅은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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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 땅은 어디냐

저자
허근욱 저
출판사
타임비
출판일
2015-09-14
등록일
2016-03-0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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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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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난 19세기 말에,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세계를 분쟁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몰아넣을 냉전 정치전쟁의 위기를 예언한 바 있었다.
그 후 바로 세계1차대전과 세계2차대전이 폭발했고, 그 와중에 우리 민족은 일본 침략의 제물이 되어 망국(亡國)의 비운을 겪었고 이어 민족분단이라는 지정학적인 수난의 비극을 짊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격동하는 역사의 분기점에 허망하게 흘려버린 내 인생의 전반기는, 회색의 고절(孤絶), 바로 그것이었다. 역사로부터 주어진 운명 속에 내 스스로 택한 고난의 물결 속에 나뭇잎처럼 표류해온 지금, 나는 내가 서 있는 고달프고 외로운 자리를 운명이 나에게 선물해 준 것을 고맙게 여기고 있다.

고통은 바로 내 존재를 조각해 주는 삶의 실험실이기 때문이다. 실로 해탈(解脫)의 초연한 경지는 인간이 스스로 탄생의 의미를 깨닫고자 진실하게 살려고 하는, 순수하고 욕심을 버린 착한 자리에 찾아든다.
언제나 내 심상(心象)에는 분홍빛 낙조가 불타고 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오는 동안, 내 감정과 영혼을 사로잡고 있는 낙조는 내 삶의 출발이었고 또 귀결이 될 것이다.
한점의 티도 없는 투명한 분홍빛!
이 완벽한 색깔의 무인지대는, 어린 시절부터 나의 머릿 속에, 나의 가슴 속에, 나의 영혼 속에, 확고부동한 창조의 원형(原形)을 만들어 주었다.
나의 모든 감정, 모든 느낌, 모든 생각은 분홍빛 무인지대에서 시작이 되었다. 이처럼 인간적인 관심이 싹트기 전에, 미(美)에 대한 관심에 사로잡힌 나의 삶은 언어나 습관을 배우기 이전에 눈으로 보는 것을 배운 것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말이 없는 조용한 아이로 자라났다. 낙조와 함께 고독은 다정한 나의 친구였다. 때로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림자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사람들 틈에 끼어 세상 구석구석을 보고 다닌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보는 것을 배우고 있고, 보는 눈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의 표정과 현실은 마치 공기와 같이 내 심장으로 흘러들어 와 내 의식의 보고(寶庫)에 채곡채곡 쌓여간다. 어떤 추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어떤 잔인한 것도 똑같은 비중으로 진리의 심부름꾼 노릇을 해준다. 나는 나를 통해 또 남을 통해 인간의 여러 가지 얼굴과 마음을 알게 되었고, 어떤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인간은 영원히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운명은 가차없는 체험 속으로 인간을 몰아 넣는다. 오백도 고열의 용광로 안에 광석을 부어 넣듯이---. 그 용광로 안은 일초의 유예도 없는 철저히 고독한 자기 혼자만의 연옥(煉獄)의 시간이다. 운명은 지켜본다. 인간이 자기 존재를 얼마만큼 정화(淨火)하는가를---. 또 얼마만큼 수은(水銀)과 같은 진리를 잡아내는가를---. 피를 토하는 것 같은 고뇌의 용광로 속에서 한번 자기를 죽이기 전에는, 인간의 샘명 안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참된 자기를 탄생시키기는 어려운 것이다.
언젠가 나는 어느 가을, 낙조의 시각에 갑자기 깨달랐다. 여름내 무성했던 나뭇잎새가 단풍으로 변색하는 그 의미를---. 그리고 부정(否定)을 넘어선 긍정적인 세계의 문턱으로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있었다.
이제 나는 그 무엇도 부러운 것이 없다. 오직 참된 창조의 터전에서 창작에 투신하고 싶을 뿐이다. 또한 현시점에서 신(神)의 존재 앞에 자부하고 싶은 외침은 모든 것과 바꾼 인간실존의 자유와 청정(淸淨)함을 터득한 나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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