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 04
1867년, 조선 최초 여류 소리꾼 이야기
영화 <도리화가>의 소설
“소리가… 슬프고, 아프고 그런데 또… 예쁩니다.
소녀는… 소리가, 소리가 좋습니다.”
소녀 진채선에서 소리꾼 진채선까지!
한 여인의 뜨거운 소리 열정을 비단결 같은 문장으로 그려내다
영화 <도리화가>는 여자에게 판소리가 금지되었던 조선 말기, 시대의 금기를 깨트리고 조선 최초 여류 명창이 된 소리꾼 진채선의 실화다.
류승룡, 배수지, 송새벽, 김남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데다 <서편제> 이후 20여 년 만에 다시 판소리를 소재로 다뤄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사극의 독보적인 흥행배우인 류승룡이 진채선의 스승이자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를, <건축학개론>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수지가 주인공 진채선을 연기했고, 파란만장한 흥선대원군은 김남길이 열연했다.
소설 <도리화가>는 영화의 따뜻하고 애잔한 서정과 판소리로 울고 웃는 인물들의 격정을 풍부하게 살려내는 데 공을 들였다.
역경 속에서 소리꾼으로 성장해 나가는 진채선의 변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녀를 응원하고, 함께 아파하고, 용기를 내는 마음에 동화된다.
어려서 어미를 잃고 세상에 홀로 된 불쌍하고 설움 많은 아이에서, 소리에 푹 빠져 여자임에도 감히 소리꾼을 꿈꾸는 당차고 겁 없는 소녀, 금기에 맞서 도전하고 극복하는 씩씩한 여인까지 미생에서 완생으로 점진하는 실존인물 진채선을 통해 자연스레 가슴 뭉클한 감동에 도달한다.
소설 <도리화가>에서는 영화에서 공백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숨겨진 과거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재효와 김세종은 어떻게 의기투합해 조선 최조의 판소리학당 동리정사를 열 수 있었는지, 학당의 제자들인 칠성과 용복은 어떤 인연으로 만나 끝까지 함께 학당에 남았는지, 신재효에게는 어떤 가슴 아픈 사연이 있길래 그토록 채선을 수제자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는지, 많은 숨겨진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와 소설의 제목 <도리화가>는 스승 신재효가 흥선대원군의 곁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제자 진채선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만든 노래다. 시대의 금기를 넘어 판소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신재효와 진채선. 둘의 애틋하고 속 깊은 사제 간의 사랑은 절제된 가운데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경복궁 낙성연 이후 채선이 궁으로 들어가면서 헤어진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다 스승 신재효가 임종을 앞두고서야 마지막으로 재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