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위안
자아, 사회, 직장, 사랑, 가족… 불안이 없는 곳은 없다
불안을 보살피는 일은 삶을 보살피는 일
어떤 사람이 그림자가 두렵고 싫어서 그것을 벗어나려고 달아났다. 그러나 빨리 달릴수록 그림자는 몸에 바짝 따라붙었다. 그래서 아직도 자기가 느린 탓이라 생각하고 더욱 힘껏, 쉬지 않고 내달리다가 그만 힘이 다해 죽고 말았다. 장자의 [어부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신의 그림자를 떼어낼 수 없는 것처럼 불안으로부터 영원히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쾌하지 않은 감정, 나를 어둠 속에 가라앉게 만드는 감정 또한 나의 일부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똑바로 마주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나의 그림자와 나란히 걸어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자아의 근본적인 불안에서부터 한국사회라는 공동체의 불안, 직장생활의 불안, 연애 상대와의 불안, 가족관계에서 느끼는 불안 등 우리가 마주하는 불안의 영역을 폭넓게 다룬다. 예컨대 여럿이 점심 메뉴를 정할 때 한 번도 의견을 내본 적이 없다면 ‘결정장애’가 아니라 ‘완벽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자꾸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습관은 준비성이 철저해서가 아니라 단지 뇌가 비극에 중독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직장에서 매일 내게 폭언을 퍼붓는 상사는 알고 보면 열등감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평화쿤데라’라는 필명으로 수많은 온라인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며 브런치북 프로젝트 은상을 수상한 저자 김혜령은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 곳곳에 엉켜 있는 불안한 심리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