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따는 콩밭
1935년 <개벽(開闢)> 3월호에 발표한 단편. 금점에 이골난 수재의 꾀임으로 무지하고 가난한 농민 영식이 자신의 콩밭에서 금줄을 찾으려다가 한 해 농사를 망친다는 이야기로, 김유정 소설의 현실 인식과 해학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금(金)을 따기 위해 콩밭에 뚫은 구덩이 속은 황토 장벽으로 좌우가 콕 막히고 무덤 속 같이 쿠더부레한 흙내와 냉기만이 가득찬 장소이다. 이것은 당시 우리 농민들이 처한 현실의 표상이다. 1930년대, 인간 생활의 기본 조건이 갖춰 있지 않은 생활 이전의 절망 상태인 것이다. 이런 인간 조건에서 무식하고 무력한 주인공은 자신의 생존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꿈을 좇는다. 주인공이 금줄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은 가난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고자 하는 생활적 욕구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일확천금(一攫千金)의 꿈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삶의 마지막 수단으로서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선택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 또는 돈이 지니는 양가성(兩價性)이다. 금은 부(富)의 표상인 동시에 파멸로 향하는 길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주인공은 콩밭만 망치는 마신(魔神)의 미끼에 걸리게 되며, 더욱 불행하게도 ―이것은 희극인데― 자신의 욕망이 헛된 것이었음을 알지 못한다는데 이 소설의 해학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