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악을 물리치는 퇴마사(退魔師)들의 이야기
90년대 컴퓨터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소설 『퇴마록』은 말 그대로 인간의 영적·정신적 세계를 지배하여 사회를 혼란과 범죄의 온상으로 몰아가는 악한 마귀들을 퇴치하는 퇴마사들의 활약을 그린 옴니버스 스타일의 소설이다. 94년 1월에 발간되어 지금까지 국내편(전3권), 세계편(전4권), 혼세편(전6권), 해설집 등으로 판매 부수에서도 가히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저자는 『퇴마록』시리즈를 풀어나가면서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인 인간 구원의 문제를 파고들면서 우리의 정신세계를 담으려 했다고 한다. 우리 전설과 이야기를 진한 휴머니즘을 토대로 끌어간 것이 이 책 「국내편」의 특징이다.
퇴마록의 탄생배경은 1993년 여름, 하이텔(공중통신망) SUMMER란에 엔지니어 출신인 이우혁이 글을 띄우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평균 조회수가 4,000회를 넘고, 고정독자만도 1만 명이 넘었다. 채팅을 목적으로 설치된 SUMMER란을 퇴마록이 등장하면서 퇴마록 방(?)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그후 1994년 1월 책으로 출간된 이래 국내편 전3권, 세계편 전4권, 혼세편 전6권까지 나왔고, 말세편은 2000년 7월 전4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퇴마록』은 정식으로 문학수업을 받지 않은 아마츄어 작가에 의한 소설이고, 통신이라는 장을 통해 발표된 대중적인 글이다. 문학적 완성도나 기타 등등의 측면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으나,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통신 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통신 문학이라는 것이 특기할 만 점이다. 특히 전설과 현실, 사람과 귀신 등의 소재의 특이함과 시간과 공간 등의 제한을 파격적으로 허물고, 저자 말대로 재미에 바탕을 둔 이야기 꾸밈을 시도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생소한 소재와 극적인 반전, 상식을 뒤엎는 사건들의 전개, 긴장감을 자아내는 추리적 구조 등이 흥미를 끄는 요소로 작용하고,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저자소개
심심해서 장난 삼아 컴퓨터 통신에 소설을 올렸다가 인세 수입만 20억원을 넘는 밀리언 셀러를 탄생시킨 공학도! 데뷰작이자 출세작인 (퇴마록) 이전에는 습작도 써 본 적이 없었다. 문학과의 인연이라고는 대학 때 문학 동아리에 가입했던 경력이 전부. 그나마도 활발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
장난 삼아 올렸던 (퇴마록)이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이거 장난이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대형서점에 달려가(당시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없었음) 신화나 전설, 귀신에 관한 책 수십 권을 샀다. 같이 갔던 후배가 눈이 휘둥그레졌음은 물론이다. 서울대 공대 대학원생으로 인생의 앞길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던 그가, 심심 풀이로 통신에 올린 소설을 더 잘 쓰기 위해 수십 권의 책을 사들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때의 순발력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꿨다. 그의 연재 소설은 날이 갈수록 인기 폭등, 어쩌다 이우혁이 하루라도 글을 거르면 수도 없는 전자메일이 올라왔다.
나는 퇴마록을 보는 재미로 사는 사람인데 왜 글을 올리지 않느냐는 애정 어린 편지 공세가 줄을 이었던 것이다. 이우혁에게 푹 빠진 마니아까지 생겨날 정도로 통신 공간에서 그는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컴퓨터 통신은 그에게 평생의 연분까지 맺어줬다. 그와 아내와의 나이 차이는 열 한 살. 어느날 컴퓨터 통신 이야기방에 들어 갔더니 아는 남자가 있어서 뭔가에 대해 토론을 했는데, 직접 만나서 결론을 짓기로 했다.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엉뚱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의 아이디를 빌려서 이우혁과 이야기 하다 직접 만나려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토론은 계속되었고 결국 다툼에까지 이르렀지만, 싸우다 정 들어 결혼까지 했다.
1993년 7월 하이텔에 『퇴마록』 연재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이우혁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다. 그렇다고 전업작가가 되어 글만 쓴 것은 아니고, `혁네트`라는 IP업체를 차려 『퇴마록』을 소재로 한 머드 게임을 개발하는 수완을 보였다. 1998년 영화화 된 『퇴마록』은 짭짤한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이우혁은 속필이다. 『퇴마록』 2권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는 단 20일 만에 써냈다. 사전에 150여 권의 관련 서적을 탐독한 데서 얻어진 탄탄한 뒷 배경과 밤을 새워 글을 써대는 치열함이 속필의 비결이다. 은유나 문어체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축약어나 대화체를 주로 쓰는 점은 그의 글이 가지는 특징이다.
문학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는 예술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대학 때부터 아마추어 연극, 뮤지컬 등에 깊은 관심을 보여 13편 이상의 극에 연출, 출연했으며, 1993년 하이텔 고전음악동호회에서 한국 최초의 순수 아마추어 오페라 「바스티앙과 바스티엔느」를 각색, 연출했다. 음악 전문지에 오페라를 중심으로 한 음악평을 쓰기도 하며, 하이텔 고전음악동호회의 대표 시삽도 맡았다.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이우혁. 그러나 전문적인 글 쓰기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긴다. 그랬다면 자신의 글은 기성의 틀에 갖히고 말았으리라는 것이다. 『퇴마록』 역시 세상의 빛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