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징소리
소리에서 혼이 나온단다.
작은할아버지 오늘 또 감개정(鑑開亭)에 올라
대금을 부신다 대나무에서 나오는
가녀린 소리 길게 길게 늘이다
늘이다 내뿜어 눈이 보신
소리다 허허 지금 웃고 계신 거지
긴 한숨 몰아쉬다
인권아 한권아 두 자식
?? 불러모으는 ?? 달래주는
소리다 우우 지금 울고 계신 거지
저 소리 밀었다가 당겼다가
저 소리 고꾸라질 듯하다 일어서고
칭얼칭얼 보채는 어린애 소리부터
취해 쓰러져 드렁드렁 코고는 소리까지
가락에 실어 허위단심
시간의 벽 넘나들며 만나는
젊어서 죽은 저승의 자식과
서울서 사는 이승의 자식들
일정 때 밀정한테 잡혀 죽은
큰아들 생각이 나신 거지
사변 후 토벌대한테 잡혀 죽은
둘째아들 생각이 나신 거지
작은할아버지 오늘 또 감개정에 올라
눈부시게 대금 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