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읽는 삼국사기
삼국사기는 우리 나라 최초의 역사서이다. 물론 이전에도 역사서는 있었지만,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 중에 『삼국사기』가 가장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더할 나위가 없다. 또한 '삼국사기'는 정사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정사는 전 왕조의 역사를 다음 왕조가 정리한 역사서이다. 그러므로 『삼국사기』는 삼국시대에 대한 고려 왕조의 공식적인 입장이 반영된 역사서인 것이다. 또 고려 최고의 문장가로서 이 책을 편찬한 김부식의 간결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힘있는 문장은 사마천의 『사기』를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삼국사기』는 조선시대까지도 널리 애독되는 역사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읽히지 않고 있다. 『삼국사기』란 책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실제 『삼국사기』를 읽어 본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왜 우리는 우리 선조가 남긴 가장 뛰어난 역사서인 『삼국사기』를 읽지 않는 것일까? 한글 번역본이 허다하게 나왔는데도 여전히 전문가들의 역사서로 남아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새로 읽는 삼국사기]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존의 『삼국사기』를 새롭게 구성하였다. 전통 시대에도 이런 노력들이 있었다. 가령 사마광의 『자치통감』은 너무 방대했기 때문에 시대마다 숱한 ‘절요(切要)’들이 나왔다. 전문적 역사가를 제외한 일반 선비들이 읽었던 『자치통감』은 바로 이런 절요 류였다. 비단 『자치통감』 뿐만 아니라, 기존의 역사서는 시대가 바뀌면서 새롭게 구성되고 편찬되어 당대인들에게 읽히곤 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오히려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의 고전을 거듭 재해석, 재구성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는 결국 전통 문화와의 단절을 초래해서 오늘날 우리 문화를 정체성 없는 문화, 또는 뿌리 없는 문화로 만들었다. 따라서 『새로 읽는 삼국사기』는 기존의 『삼국사기』를 다시 살려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저술되었다. 현대인의 관심사와 부합되는 내용, 현대가 당면한 과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줄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기존 『삼국사기』 원형을 해체하여 파격적으로 재구성하였다. 고대인의 생활·풍습·문화·의식 등을 보여 주는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다.
각 장 말미에는 『삼국사기』 기사와는 별도로 편저자의 해설을 수록하였다. 이 해설에서는 우리 문화 전통에 초점을 맞추었다. 고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문화 전통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