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2부 (상) - 1
사회주의 운동이 침체하면서 카프 진영에도 혼란이 일어난 시기에 이기영은 다시금 독특한 현실 감각으로 높은 수준의 리얼리즘을 성취하고 있다. 이기영은 한국 근대 리얼리즘 문학의 확립에 크게 기여한 작가이며 프로문학 내에서도 최고의 작가로 꼽힌다.
그는 카프의 문예 정책과 창작 방법에 따라 작품을 창작하는 열의를 보였지만 카르 내의 비평적 논의에 말려들지 않고 정치적 도식을 소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피하였다. 농촌 내 계층 갈등과 농민의 생활상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데 성공하여 리얼리즘 소설의 최고작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고향]을 발표하였다.
울긋불긋하던 단풍이 어느덧 시들고 개울물에는 아침 저녁으로 살얼음이 지기 시작하였다.
북면 7소는 사방으로 뺑 둘러쌌다. 해발 8백 메터의 가라치봉이 동쪽에 솟고 장석령 높은 산맥이 서북으로 둘러선 이 골짜기는, 마치 호리병 속과 같이 깊이 팽겨서 돈짝만한 하늘이 빠끔히 쳐다보인다. 그위로 해가 떴다가는 총총히 서산으로 넘어가곤 하였다.
이와 같이 하루 이틀이 지나는 중에 겨울은 한걸음씩 닥쳐왔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