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기
이효석의 작품 세계는 두 가지 경향으로 대별된다. 우선 동반자적 경향으로 계급 문학을 옹호하는 성격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러한 초기 소설의 사회적인 관심과 현실에 대한 비판 때문에 그는 카프 진영으로부터 이른바 동반자작가라 불리게 되었다.
이효석의 동반자적 작품들은 계급 문학에서 표방하는 사상보다는 주로 러시아라는 異國에 대한 동경, 즉 이국 취향이 나타나 있다.
계급 문학이 위축되는 시기에 이효석의 작품 세계도 변모한다. 즉 낭만주의적 자연 친화의 세계로 변화한다. 1932년경부터 효석은 초기의 경향문학적 요소를 탈피하고 그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는 순수문학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향토적, 성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특이한 작품 세계를 시적 문체로 승화시킨 소설을 잇달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창기슭에 붉게 물든 담장이 잎새와 푸른 하늘―가을의 가장 아름다운 이 한 폭도 비늘구름같이 자취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장 먼저 가을을 자랑하던 창밖의 한 포기의 벚나무는 또한 가장 먼저 가을을 내버리고 앙클한 회초리만을 남겼다. 이 아름다운 것이 다 지나가 버린―늦가을은 추잡하고 한산하기 짝없다.
담장이로 폭 씌워졌던 집도 초목으로 가득 덮였던 뜰도 모르는 결에 참혹하게 옷을 벗기워 버리고 앙상한 해골만을 드러내 놓게 되었다. 아름다운 꿈의 채색을 여지없이 잃어버렸다. 벽에는 시들어 버린 넝쿨이 거미줄같이 얼기설기 얽혔고, 마른 머루송이 같은 열매가 함빡 맺혔을 뿐이다. 흙 한 줌 찾아볼 수 없이 푸르던 뜰에서는 지금에는 푸른 빛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거의 날마다 뜰의 낙엽을 긁어야 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