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저물고 길은 멀다
일본의 여러 잡지에 기고되었던 엔도 슈사쿠의 글을 모아 펴낸 이 수필집은 그가 70평생을 썼던 글로, 그 진솔함과 생생한 필치가 읽는 이들에게 때로는 웃음을 주고, 때로는 날카로운 각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천주교 신자임을 밝히지 못했던 '말단 신자'로서의 고백, 생전의 어머니가 가보고 싶어하시던 가파르나움 근처 언덕에서 '산상수훈'의 구절을 떠올리던 성지 순례의 기록, 중학시절 온갖 장난으로 공부는 뒷전이던 개구쟁이의 추억, 프랑스 유학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의 기록 등 과거를 회고하는 모든 글에서 자신의 자랑거리보다는 인간적인 나약함을 솔직히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읽는 이들에게 소박한 감동을 전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