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선샤인
이제 그들은 할 말을 마치고 모두 떠나가 버렸지만 한때 내 몸은 그들의 축제의 자리였다. 지금은 흥겹고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지나가고 여기에 뜨겁게 타오른 흔적만이 갯바람의 시체처럼 싸늘하게 뒹굴고 있지만 한때 내 안엔 거짓말처럼 몇 개의 길들,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거미를 닮은 한 채의 건물이 있었다. 이제 와서야 누구든 한낱 사방으로 날리는 안개 같은 잿더미의 잔해를 뒤적여볼 수 있을 뿐이지만 그러나 분명 알 수는 있으리라. 무언가가 그 자리에서 스스로의 몸을 태웠고, 이제는 우리 앞에 놓인 지난한 행로를 그리며 짚어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 작가 후기 중에서